
화가 김명희는 스스로를 정착민이나 방랑자 대신 '이동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앰뷸런트라 정의한다. 뉴욕 소호의 작업실과 강원도 춘천 북산면 내평리의 폐교라는 극단적인 두 공간을 오가며 보낸 수십 년의 세월은 그녀에게 이동 자체를 삶의 필연적인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 '깊은 시간'은 1980년대 뉴욕 시절의 드로잉부터 최근의 영상 작업까지 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두 세계를 유영하며

어린 시절 졸업식이나 이삿날이면 어김없이 식탁의 주인공이 되었던 탕수육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한국인에게 축제와 행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 인사 전문가로 활동 중인 신인철 씨는 이 특별한 음식을 40년 넘게 탐구해 온 자타공인 탕수육 전문가다. 최근 그가 펴낸 기록물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한국 중화요리의 변천사와 화교 이민사가 촘촘히 엮인 인문학적 보고서에 가깝다. 그는 매주 세 차례 이상 전국 각지의 중식당을 누비며

브로드웨이의 마법이 올여름 서울 도심을 차가운 얼음 왕국으로 물들일 준비를 마쳤다. 전 세계적인 메가 히트를 기록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한 뮤지컬 ‘겨울왕국’이 오는 8월 한국 초연을 확정하고 무대를 빛낼 주역들의 면면을 공개했다. 이번 공연은 샤롯데씨어터의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대작으로 기획되어 캐스팅 단계부터 공연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작진은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원작의 감동을 극대화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섬세하게 표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에서 막을 올린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예술의 낭만 대신 국제 사회의 날 선 긴장감이 가득한 현장이 되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전단이 흩날렸고,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울려 퍼졌다. 올해 비엔날레는 총감독의 갑작스러운 별세와 심사위원단의 집단 사퇴, 그리고 국가관 황금사자상 시상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국가'라는 시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는 엄숙한 의식인 '씻김굿'이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9일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막을 올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창작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는 전통 예술의 현대적 변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무대였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어린이 관객들은 주인공 호랑이 '쿵이'와 함께 모험을 즐기며, 낯설게만 느껴졌던 우리 가락과 전통 의식 속에 담긴 진정한

현대 미술의 거대한 산맥이었던 게오르크 바젤리츠가 지난달 말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예술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타계와 동시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거장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유작전 '황금빛 영웅'이 공개되어 추모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천착했던 '영웅' 연작 16점과 함께, 육성으로 전하는 고별 인사가 담긴 인터뷰 영상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