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11년 만에 돌아온 '보니 앤 클라이드', 대체 왜 '범죄자 미화' 논란을 자초했나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1930년대 악명 높은 범죄자 커플을 현 시대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재해석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은 "인기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인플루언서를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다"고 밝히며, 인스타그램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플랫폼을 통해 명성을 얻고 부를 축적하는 현상을 1930년대의 보니와 클라이드에 투영했음을 시사했다. 대공황이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세련된 패션과 파격적인 행보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오늘날 SNS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인물들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실화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을 자신의 진짜 꿈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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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출적 장치들을 통해 작품은 "시대가 악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묵직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범죄 행각을 통해 마치 SNS 스타처럼 유명해지며 느끼는 짜릿한 쾌감과 우월감은 한순간의 신기루일 뿐, 결국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씁쓸하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무거운 책임의 무게를 조명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시대의 잘못을 핑계 삼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잔혹한 범죄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는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과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193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재즈, 블루스, 컨트리 등 다채로운 장르를 녹여낸 음악은 때로는 낭만적이고 달콤하게, 때로는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간다. 보니 역의 옥주현은 "와일드혼의 소울이 가장 깊이 담긴 재즈와 블루스를 흠뻑 즐겨달라"고 전하며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옥주현, 이봄소리, 조형균, 윤현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